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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오하이오

바베큐의 시즌, 초대 받으면 덥석 물기

by young_hikaru 2023.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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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이오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아는 사람도 없고 너무 막막해서 이런 저런 커뮤니티에 많이 기웃거렸다. 

그러다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아주 차이가 많이 나지만 고등학교 후배를 만난 게 아닌가?
사실 같은 학교 나온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뭐 그리 대수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원이 얼마 안되는 학교를 다녔던 탓에... 생각보다 동문을 만나기 쉽지 않아 너무 신기한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요즘 텃밭 가꾸기와 바베큐에 빠졌어요 ㅎㅎ
저희 내일 키운 야채랑 바베큐 먹으려고 하는데요.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오셔서 같이 바베큐 먹는 것 가능하세요?"

몇 주 전, 마침 주말 저녁 별다른 일정도 없었지만...
집에서 바베큐가 흔한 동네에서 1년 단기 거주자에겐 바베큐 장비를 사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라... 
누가 초대 안 해주나.. 내심 기다리고 있었는데! 

1층에 살고 있던 후배 부부의 집에는 작은 텃밭과 마당을 겸한 공간이 있었다.
가는 길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가 여우비가 내렸다가 변뎍스러웠는데 마침 우리가 후배 집에 도착하니 하늘이 파랗게 갰다.

손님 접대란 게 사실 가볍게 밥 한 끼 먹자고 하지만 엄청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우리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분주하게 준비했을 모습이 너무 그려졌다.

텃밭에서 정성스레 가꾼 상추와 시금치, 정갈하게 이미 준비한 바베큐 재료들...
밑간을 한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에 새우까지!

그릴에 불을 피우고 고기가 익는 데 까지 제법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아이는 불을 피우며 신나하고, 연기를 마시며 켁켁 대기도 했다.

1차. 채소와 고기, 새우
2차. 원래는 익힌 감자였지만... 배가 불러 생략
3차. 디저트 
ㄴ 바나나 그릴
ㄴ 스모어

바나나 그릴은 처음 시도해 보는 것이었는데!
grilled chocolate banana foil pack으로 검색해 보면 레시피가 나온다!
바나나를 그냥 그릴에 올린뒤 껍질이 까맣게 익으면 반을 갈라 초콜릿과 머쉬멜로우와 크래커를 부셔서 얹어 먹으면 된다.
혈당이 굉장히 올라갈 것 같지만... 신선한 경험!
익힌 바나나의 식감이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이 날 먹었던 사람들은 다들 만족스러워 했다.

7시 반쯤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9시가 넘어가니 해도 지고 
어디선가 반딧불이가 나타나 마당 여기저기를 돌아 다녔다.
나랑 아이 모두 너무 신기해 했다. 
실제로 보는 건 (아마?) 처음이라서!

분명 여유롭게 잘 지내는 와중에...
생각지 못한 문제들이 불쑥 불쑥 생겨서 골치 아픈 날도 많았는데...
배 부르게 먹고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시골에서 볼 것 같은 반딧불이까지 보고 나니 지금의 일상에 새삼 감사하게 된다.


신기한 인연과 신기한 풍경이 함께하는 2023년의 여름 일상...



(배불러 못 먹은 감자와 텃밭 채소는 또 바리바리 챙겨 줘서 그 다음날 아주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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