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을 봤다.
이미 두어달 전에 예매를 해 뒀다.
줄거리도 모른채
대배우라 칭해도 모자람이 없는
박정자 오영수 배우님들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https://blog.kakaocdn.net/dn/bAcrXn/btrPrmtIjf1/XwzgggmUHCduogNMijAGyK/img.jpg)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두 주인공은 객석을 바라보며 편지만 낭독한다.
연극 ‘러브레터’(연출 오경택)는 남녀 주인공이 47년 간 주고받은 편지 333통을 번갈아 읽는다.
초등학교 때 만난 주인공 멜리사와 앤디가 각각 예술가, 정치인이 되어 노인이 될 때까지… 50년 가까운 세월, 엇갈리는 감정들을 오직 편지 글을 읽는 목소리와 표정으로 연기한다. 마지막 단 한순간을 제외하면 공연 중 배우들은 서로 마주 보지도 않는다. 원작자 A.R. 거니(1937~2017)가 극본 첫 장의 작가노트에서 주문한 대로 공연이 진행된다.
멜리사와 앤디가 주고 받은 편지는 ‘러브레터’라 칭하기엔 부족하다. 평생을 함께 한 우정과 삶에 대한 진한 기록에 더 가깝다.
오영수가 연기한 앤디는 예일대 법대를 졸업하고 해군 장교로 입대해 복무하다 하버드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에서 하원의원, 상원의원이 되는 슈퍼 엘리트다. 멜리사에게 만큼은 솔직하고 뜨겁고 장난스럽기도 한 캐릭터다. 그렇지만 상원의원이라는 타이틀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지위,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멜리사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이혼, 재혼을 겪으며 불행한 삶을 산다. 앤디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는다. 본인도 결혼을 하고 두 딸을 낳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영위하지만 결국 가족과 헤어지고, 알콜 중독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다. 멜리사가 멜리사 답게 본연의 솔직함으로 소통할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는 앤디가 아니었을까 싶디…
정말 카리스마와 아우라에 압도당한 시간이었다.
공연을 보고 좀 찾아보니…
![](https://blog.kakaocdn.net/dn/bjV7t0/btrPujoSPaS/9J6aHdO8rPwhxyLWu7hoA1/img.jpg)
오영수와 박정자는 앤디와 멜리사처럼 50여년이 넘는 인연을 이어온 사이라고…
1971년 극단 자유에서 만나 50년이 넘도록 우정과 동료애를 나눈 사이이기에 ‘러브레터’의 이야기에 더욱 흠뻑 빠져서 볼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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