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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써 본다

뚜루의 『오늘도 그림』

by young_hikaru 202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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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온 지 몇 개월..
한국 소식을 어떤 건 듣고 어떤 건 못 듣고 있었는데...
직장 상사였던 분이 출판사를 내고, 책을 냈다고 인스타에 글을 올리셨다.
그것도 일러스트가 들어간 에세이라니?!

그러다..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 책의 저자이신 뚜루 작가가 나도 아는 분이였다.

사회 초년생일 때, 서툴게 일하던 나에게 엄청 뽐뿌를 주시면서
이런 거 저런 거 어때요? 하고 얘기하면
늘 엄지척을 해 주시면서 밝은 에너지를 불어 넣어주시던 김진아님이 바로 뚜루 작가였다.
같은 팀도 아닌 옆 팀의 막내 팀원에게도 그렇게 애정을 주고 사람들에게 활기찬 기운을 전하는 그럼 분이셨다.

하던 일이 바뀌고, 진아님과도 협업할 일이 없어지면서...
어쩌다 마주치면 여전히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워낙 발도 넓고 진아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 같은 사람 기억이나 하겠어? 라며 적극적으로 내색하진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상암동의 작은 분식집 자리에 '북바이북'이라는 작은 동네 책방을 내셨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작은 책방이었지만, 저자와의 대화나 다양한 행사를 많이 한다고 들었고...
한 번은 상암으로 찾아가 책 몇 권을 사고, 커피를 마시고 나왔다.
제법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반갑게 맞아주시고 웃어주시던 진아님의 모습은 '봄날의 햇살' 같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난 갈 수 있을 줄 알았지만..
그 날 사업 번창하시라는 얘기만 드리고 웃으며 인사하고 나온 게 마지막 뵌 모습이었다.

그 이후 나도 아이 엄마가 되고, 더 먼 곳으로 이사도 오고... (내 핑계만 대는 것 같지만...)
판교에 북바이북 지점이 생겼을 때도 혹시나 하는 기대로 행사에 참여했지만 직원 분만 서점을 지키고 있었다.
상암동의 작은 서점에 비하면 판교 지점은 제법 크기도 크고 IT인들이 관심있어할 만한 행사들도 자주 진행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진아님 사업이 잘 되는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내가 진아님의 몇 년간의 소식을 모르는 동안, 이런 일들이 있었구나..
어려운 일이 많으셨구나...
이런 단어가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황망하다는 표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책 출간 소식을 듣고, 마침 한국에서 미국 우리 집에 오는 친구가 있어 이 책을 부탁했다.
이미 책 소개 블로그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봤지만.. 
책 속에 그려진 뚜루의 발랄한 모습과 정교한 식물 그림에 몇 번씩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진아님은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고,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그 진아님처럼 투병의 시간을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보내고 계셨다.

너무나도 밝게.. 투병하는 환자인 것도 모를 정도로...
본인도 힘들면서 요양병원에서 드로잉 클래스를 열고, 
비슷한 뜻을 가진 사람을 모아서 미션 드로잉을 하고...
내가 진아님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왠지 진아님 답다.. 싶었다.

건강이 나아졌다면,
7월 어느날, 북토크를 하실 수 있었을텐데...
너무 늦게 안 나머지, 뒤늦게 조용히 애도의 마음만 보내고 있다…

고통 없는 곳에서 더 자유로워진 뚜루의 모습으로 행복하게 그림을 그리고 계실 거라고 믿고 싶다...

책 속에서 내 마음을 쿵 두드렸던 문장을 공유해 본다.

'매일 그림을 그린다는 건 내가 알게 된 세상을 하나씩 내놓는 것과 비슷하다.
사과를 그렸다면 눈앞에 놓인 사과만큼 조금이라도 알게되고,
친구의 앞머리를 그리면 5밀리미터 짧아진 변화를 알게된다.
엄마표 국수를 만들어 내놓는 엄마의 마음과 그런 엄마의 국수를 좋아하는 나를 알게 된다' (14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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