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1차원이 되고 싶어'를 e북으로 접했다.
책소개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1차원이 되고 싶어』는 한국의 지방 도시 D시를 배경으로 십대 퀴어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또래 친구 ‘윤도’와의 가슴 저릿한 사랑, 자유분방한 ‘무늬’와 나누는 동경 어린 우정이 ‘나’의 목소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해지고, 부동산 가격과 학군으로 구획된 당대 아파트 단지의 생활상, 숨막히는 대입 경쟁과 비뚤어진 폭력으로 가득한 학교생활, 그 시대를 함께한 주위 사람들의 다채로운 면면이 살아 숨쉰다. 그간 청춘 세대의 사랑과 이별을 활기 있게 그려온 작가는 첫 장편을 통해 ‘십대 시절’이라는 생애의 한 시작점으로 시선을 돌려, 지금 여기에 우리를 있게 한 근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내면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그 시절의 어두운 기억까지 남김없이 길어올려 환희와 고통의 순간을 동시에 체험하게 하는 이 색다른 성장소설은 그야말로 박상영 작가의 새로운 ‘첫’이자 오래도록 읽히며 회자될 이야기가 될 것이다.
소설에서도 D시는 실존하는 지역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구 출신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여기는 대구시 수성구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란 걸...
그리고 버젓이 수성못이 나오니깐...
최근엔 싹 다 정비해서 이전엔 계모임 장소같은 느낌이었다면 요즘은 핫플이 된 것 같긴 하다...
(박상영 작가도 실제로 대구 출신이라고 프로필에 나와 있다.)
작가가 독자에게 어떤 것을 바라고 글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10대의 청소년들이 숨막히는 대입 경쟁 외에도,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고..
(사실 요즘 뉴스를 보면 더 다이내믹하고 무서운 뉴스가 너무 많아 겁날 정도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 꼭 이성으로만 한정되지 않고, 얼마나 답답하고 고민이 큰 지.. 등에 대한 묘사들도 실감나게 보여준다.
처음엔 미스테리 장르물처럼 시작했다가, 이후엔 '나'의 10대를 보여주는 드라마... 로 끝을 맺었다.
잔잔하지만 몰입력은 상당했다.
젊은 작가답게 요즘 소설 느낌이 물씬 났다.
단편은 이미 읽어봤는데 다른 소설들도 궁금해졌다.
소설속 주인공이 드러내지 못하는 고민보다도..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을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대구에서 오래 살아온 사람이라서 그럴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성구가 아닌 곳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우리반 S군이 수성구로 전학을 간다고 했다.
당시 담임 선생님이
"S군이 수성구로 이사를 가서 전학을 가게 됐어요.
S군이 이사가는 아파트는 궁전맨션이라고 수성구에서 엄청 좋고 비싼 아파트에요.. (하하하)"
소설 속에서는 신세계 아파트가 학군도 좋고, 좋은 아파트인 것처럼 묘사되고,
궁전 맨션은 수성구 끝자락의 낡은 아파트처럼 묘사가 되었는데..
내가 어렸을 적에는 궁전 맨션은 좋은 아파트가 맞았고, 수성구 안에서도 위치가 좋은 곳이었다.
시간이 한참 흘러 문득 1학년 때 기억을 돌이켜 보면, 왜 그 담임 선생님은 그런 얘기를 했을까?
고작 1학년이 무엇을 안다고...
그 땐 몰랐는데 학교 주변 새로 생긴 큰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에 대한 편애도 상당했다. (더 있지만 여기까지만...)
몇 년 후, 우리집도 수성구의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지만 이전에 차마 이런 불편한 감정을 겪었다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그 담임 선생님 너무 별로였다..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다행히 좋은 선생님들을 몇몇 분 만나 지지를 얻었으나..
아이가 어디까지 단단해지고, 선생님은 어느 선까지 얘기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으니
너무 어렵다...
물론 선생님이 아이의 심지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가정과 주변 환경의 영향도 당연히 크다...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어떤 선생님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학부모로서, 죄송함과 감사를 보내면서도
어떤 선생님들은 이 일이 맞지 않는 것 아닌가 하며 과거의 불편했던 감정들이 다시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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